CBAM(탄소국경조정제도)

2026년 CBAM·ETS 환경변화와 대응방안

esgsolar 2025. 10. 14. 16:25

2026년을 앞둔 CBAM·ETS 변화와 한국 기업의 대응 과제

(탄소 규제의 시대, 준비 없는 기업은 시장에서 밀려난다)


1. 전환기의 끝과 새로운 질서의 시작

2025년은 유럽연합이 추진해온 CBAM(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탄소국경조정제) 제도의 전환기를 마무리하는 해이며, 동시에 2026년의 본격 시행을 앞둔 제도적 대격변의 전야에 해당한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는 보고만을 의무화한 과도기였다면, 2026년은 실제 비용 부담이 현실화되는 해로, 수출기업에게는 탄소를 화폐 단위로 계상해야 하는 새로운 무역시대의 문턱이다.

전환기 동안 유럽 수입자와 제3국 수출자 간의 배출량 보고와 데이터 검증 시스템이 시험적으로 운영되었다. 이 기간에 기업들은 자사 제품의 직접배출(Scope 1)과 간접배출(Scope 2)을 산정하여 분기별로 제출해야 했고, 유럽 집행위원회는 이를 통해 각 산업의 평균 탄소집약도를 파악했다. 그러나 2025년까지의 보고는 어디까지나 ‘연습’이었다. 실제 비용이 부과되지 않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데이터 품질 관리나 검증 체계를 느슨하게 운영했다. 문제는 2026년부터다. 이제부터는 탄소를 계산하지 않으면 곧 비용이 된다.


2. 2026년 제도의 본격 시행 – 탄소가 곧 가격이 되는 시대

2026년 1월 1일부터 유럽연합은 CBAM의 본격 시행단계에 들어선다.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력, 수소 등 6개 품목에 대해, 수입자는 제품 내 포함된 탄소배출량에 상응하는 CBAM 인증서(CBAM Certificate)를 구입해 제출해야 한다. 인증서 가격은 EU ETS의 배출권(EUA)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산정되며, 원산국(한국 등)이 이미 부과한 탄소가격이 있을 경우 그만큼 공제된다. 즉, 유럽은 자국 내 탄소비용 부담을 국경을 넘어 전 세계 기업들에게 확산시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무역조정 정책이 아니라 기후변화 대응의 글로벌 규칙 확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유럽의 논리는 명확하다. EU 내부 산업은 ETS를 통해 이미 탄소비용을 부담하고 있으므로, 동일 제품을 수입하는 기업도 같은 수준의 부담을 져야 공정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CBAM은 보호무역이 아닌 ‘기후무역’으로 정의된다. 그러나 이 논리의 결과는 분명하다. 탄소를 줄이지 못한 기업은 수출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게 된다.


3. CBAM과 ETS의 결합 – 두 축이 맞물리는 구조적 변화

CBAM의 근간이 되는 제도는 EU ETS(EU Emissions Trading System, 유럽 배출권거래제)이다. ETS는 2005년 도입된 세계 최대 규모의 탄소시장으로, 발전·산업·항공 부문을 중심으로 배출권을 거래하는 체계다. 2026년부터는 CBAM 품목에 해당하는 산업군에 대해 무상할당이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2026년에는 97.5%의 무상할당이 유지되지만, 이후 매년 줄어 2034년에는 완전히 폐지된다. 이 구조적 변화는 수입품의 CBAM 요율이 단계적으로 높아지는 것과 같은 속도로 진행된다. 다시 말해, 유럽 내 생산자와 수입자의 ‘탄소비용 부담’이 같은 속도로 평준화되는 것이다.

ETS의 무상할당 폐지는 유럽 내부 산업에게는 비용 상승을, 수입기업에게는 동일한 수준의 부담을 의미한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이제 유럽 수출 시 EU ETS의 가격 곡선이 직접적인 원가요소가 된다. 배출권 가격이 1톤당 90유로라면, 이는 곧 제품 톤당 탄소집약도(예: 2tCO₂/t product)에 따라 180유로의 CBAM 비용이 부과될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기업의 경쟁력은 배출량 절감 능력탄소가격 변동 대응력으로 결정된다.


4. 2025년까지의 제도 실험과 데이터 불안정

2025년은 마지막 보고연도로, CBAM 데이터 품질의 격차가 가장 크게 드러나는 시점이다. 많은 기업들이 아직까지 공정별 배출량을 자체적으로 측정하지 못하고, 단순한 추정값(default value)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2025년 4분기부터는 기본값 사용이 점차 제한되며, 2026년부터는 실측데이터만이 공식 인정된다. 특히 복합제품(예: 철강가공품, 알루미늄 합금 등)의 경우, 단순히 원재료의 평균값을 적용할 수 없게 된다. 제품 단위의 배출량 DB 구축이 시급한 이유다.

한국 기업들은 대부분 국가 온실가스 목표관리제 또는 K-ETS(한국 배출권거래제)에 따라 공장 단위의 배출량을 관리하고 있으나, 수출 제품 단위의 배출량 산정은 아직 체계화되어 있지 않다. CBAM 대응의 본질은 ‘공장 전체’가 아니라 ‘제품별 탄소발자국(product carbon footprint)’에 있다. 따라서 2025년 한 해는 공장-제품-배출계수 간의 연결고리를 명확히 만드는 데이터 전환기의 해가 될 것이다.


5. 2026년 이후의 품목 확대 가능성과 글로벌 연쇄효과

CBAM은 단지 6개 품목에서 멈추지 않는다. 유럽위원회는 이미 2025년 하반기에 하류제품(가공철강, 알루미늄 부품 등)과 일부 화학제품을 CBAM 확대 후보군으로 검토하고 있다. 전력 간접배출에 대한 규칙 보완도 병행될 예정이다. 만약 2027~2028년경 이 확장이 현실화되면, CBAM은 사실상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맞물려 영국(UK-CBAM)도 2027년부터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며, 캐나다, 미국, 일본 등도 유사한 탄소국경제 논의를 진행 중이다. 탄소가격이 글로벌 교역의 통화처럼 작동하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이 변화는 단순히 유럽시장 진출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공급망 전체가 탄소기반으로 재편되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한국의 부품업체가 중국에 납품하고, 그 중국산 완성품이 유럽으로 수출된다면, 유럽은 원산지에 관계없이 전체 공급망의 탄소를 추적하려 한다. 이는 곧 모든 산업이 CBAM의 영향을 받는 구조로 확장된다는 뜻이다.


6. 한국 ETS의 변화와 상호인정 가능성

한국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될 제4차 K-ETS 기본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는 2025년 중에 세부 할당계획을 공표할 예정이며, 기업 간 배출권 거래의 유동성을 높이고, 비축·차입 제도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 중이다. 그러나 한국 ETS의 탄소가격이 EU ETS와 달리 낮은 수준(평균 1톤당 20~25유로)에 머물고 있어, CBAM 공제 인정 범위가 제한될 우려가 있다. 유럽은 ‘상당히 동등한 수준의 탄소가격’을 가진 국가만 공제 대상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한국 정부가 2025년 하반기 CBAM 대응전략을 발표할 때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것이다.

결국, CBAM은 단순히 수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탄소시장 경쟁력의 문제로 확장된다. 한국 ETS의 탄소가격이 높아질수록 기업의 국내 부담은 커지지만, 동시에 EU 수출시 공제효과도 커진다. 반대로 탄소가격이 낮으면 국내 경쟁력은 높지만, EU 시장에서는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 이 딜레마를 조정하는 것이 2025~2026년 정부 정책의 최대 과제다.


7. 기업이 직면할 5대 현실적 과제

첫째, 데이터 실측체계 전환이다. 2025년까지 구축된 기본값·모델링 기반 산정체계를 넘어, 2026년부터는 실제 배출량 검증(Verification) 데이터만 인정된다. 기업은 공정별, 제품별 배출량을 추적할 수 있는 MRV 시스템을 내부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둘째, 공급망 데이터 공유 구조의 확보다. CBAM 보고는 EU 수입자가 제출하지만, 보고의 근거는 수출국 제조자의 데이터다. 따라서 수입자와 수출자 간의 데이터 포맷·검증방법이 일치해야 한다. 데이터가 부정확하거나 제출이 지연되면, 수입자는 기본값을 적용해야 하고, 이는 결과적으로 기업의 제품이 더 높은 탄소배출 제품으로 분류되어 CBAM 비용이 증가한다.

셋째, 저탄소 제품 포트폴리오의 확대다. 같은 철강이라도 전기로 기반 생산품과 고로기반 생산품은 배출량이 3배 이상 차이난다. 같은 알루미늄이라도 재활용 원료 비율이 높을수록 탄소비용이 줄어든다. 기업은 단기적으로는 공정 효율을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제품 라인업 자체를 저탄소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넷째, 가격 전가 및 계약 조정 구조의 정비다. CBAM은 수입자 기준으로 납부하지만, 결국 제조원가에 반영된다. 따라서 수출 계약서에는 “CBAM 변동비용 연동 조항”, “탄소비용 상계 조항” 등을 추가하여 향후 분쟁을 예방해야 한다.

다섯째, 국제 탄소가격 변동 대응 체계의 구축이다. EU ETS의 탄소가격은 1톤당 60~90유로 범위에서 변동하며, 2026년에는 공급 축소로 인해 추가 상승이 예상된다. 기업은 이를 **내부탄소가격(Internal Carbon Price)**으로 환산해 손익분석에 반영해야 한다. RE100, PPA, ESS 등 재생에너지 투자를 통한 감축효과를 비용·편익 분석으로 제시해야 한다.


8. 정책적 의미와 국제무역의 재구조화

CBAM의 시행은 국제무역 질서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조치이다. 과거에는 생산비용과 운송비용이 무역경쟁력의 핵심 변수였다면, 앞으로는 탄소비용과 탄소인증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탄소를 줄이는 기술을 가진 기업은 경쟁력을 확보하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새로운 비관세장벽에 가로막히게 된다. 이 흐름은 단순한 유럽의 일방적 정책이 아니라, 국제사회가 기후위기 대응을 시장규칙으로 전환한 역사적 사건으로 볼 수 있다.

특히 2026년은 기후무역시대의 첫해로 기록될 것이다. 탄소배출권, 탄소세, CBAM이 하나의 체계로 맞물리면서, 에너지·산업·무역이 통합적으로 작동하는 새로운 경제질서가 형성된다. 한국 기업은 이 변화의 한복판에 있다. 2025년은 그 변화를 예측하고 체계를 준비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다. 2026년이 되면 제도는 ‘선택이 아닌 의무’가 된다.


9. 한국 기업을 위한 대응 방향

한국 기업이 2026년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전략축을 중심으로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첫째, 탄소정보의 정량화이다. ESG 보고서 수준의 정성적 데이터가 아니라, 제품 단위의 정량적 배출량 데이터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내부적으로 MRV 전담부서를 운영하고, 외부 검증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재생에너지 기반의 감축 프로젝트 투자이다. CBAM은 직접배출뿐 아니라 간접배출까지 포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공장 전력의 재생에너지 전환이 가장 빠른 감축 수단이다. RE100 참여, PPA 계약, 태양광 및 ESS 설치 등 실질적 에너지 전환이 필요하다.

셋째, 산업 간 연대와 정부 협력의 강화이다. 개별기업의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동일 업종 내에서 배출계수, 공정데이터, 감축기술을 공유하고, 정부와 협력하여 탄소공제 인정체계(국가별 상호인정협정, MRA)를 구축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행정조치가 아니라 산업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협력전략이다.


10. 결론 – 탄소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

CBAM과 ETS의 결합은 21세기 산업질서의 재편을 의미한다. 탄소는 더 이상 환경문제의 영역이 아니라, 무역·금융·산업의 중심에 선 경제변수다. 2025년은 이 거대한 전환의 마지막 준비기이고, 2026년은 그 규칙이 현실로 작동하는 원년이 된다. 준비가 된 기업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그렇지 못한 기업에게는 치명적 리스크가 될 것이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선언적 ESG가 아니라 실질적 탄소경영 체계다. 제품 하나, 공정 하나가 국제시장에서 통과증명서를 받지 못하면 거래 자체가 차단될 수 있다. 탄소감축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전략이며, ETS와 CBAM은 그 전략의 실행을 강제하는 제도적 장치다.

탄소의 가격은 기업의 도덕이 아니라 기술과 경영의 성숙도를 측정하는 새로운 척도다. 2026년 이후 세계 시장은 ‘누가 더 깨끗하게, 효율적으로, 정직하게 생산하느냐’로 경쟁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경쟁의 무대는 이미 눈앞에 열리고 있다.

 

 

  - 정리 : 블로그지기 : 황상규